[이코노미조선]
<Case Study> 긱이코노미 선두주자 ‘파이버’, 1년 만에 주가 680% 상승…일자리 관념 바꿔

이스라엘의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파이버(Fiverr)’의 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019년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이버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공모가(21달러)와 비슷한 수준에서 머물렀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강타한 한 해 동안 거침없이 올랐다. 2020년 마지막 날 주가는 연초 대비 7배 오른 195.10달러로 마감했고, 1월 5일 현재 전날 대비 7.89% 오른 21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긱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 기업으로 꼽히는 파이버의 주가 상승세는 ‘실적 호조’가 뒷받침하고 있다. 파이버의 지난해 1분기 매출 성장률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44%였으나, 2분기 82%, 3분기 88%로 증가세를 보였다. 연간 매출액 전망치도 2020년 초에는 ‘전년 대비 30% 증가’를 제시했으나, 연말에는 ‘전년 대비 74% 증가’로 상향 조정했다. 파이버가 조용하지만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로고디자이너들이 파이버 홈페이지에 자신의 결과물과 금액대를 소개해놓았다. 소규모 기업이나 예비 창업가는 설명을 읽은 뒤 적합한 프리랜서를 고르면 된다. / 파이버 홈페이지


◇포인트 1│가성비도, 스피드도 잡는다

파이버는 2010년 미카 카우프만(Micha Kaufman)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세운 프리랜서 플랫폼이다. ‘5달러에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파이버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소규모 사업체와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며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그래픽 디자인, 디지털 마케팅, 프로그래밍, 비디오 및 애니메이션 등 8개 업종, 400여 개 카테고리로 중개 영역을 확대했다. 프리랜서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낮게는 5달러부터 수백달러까지 다양하다.

파이버는 ‘아마존’ 같은 프리랜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버 이용 고객은 프리랜서가 내세운 작업과 결과물, 금액대와 사용자 평점, 리뷰를 살펴보고 쇼핑하듯 고를 수 있다. 파이버에서는 갓 시장에 뛰어든 사람부터 고숙련 프리랜서까지 다양한 실력의 프리랜서를 빨리 찾을 수 있다. 완성도 높은 작업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전문 등급 ‘파이버 프로’도 도입했다. 파이버는 직접 심사를 거친 검증된 실력의 전문가들을 중개해준다.

파이버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약이다. 소기업들은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프리랜서와 작업하며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산과 목표일, 작업계획서를 제공하면 원하는 비용에 작업을 마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파이버를 통해 프리랜서를 구하려는 사용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연간 활성 구매자는 2019년 말 기준 240만 명이었으나, 2020년 3분기 310만 명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매자 1명당 지출액도 170달러에서 195달러로 늘었다.

◇포인트 2│코로나19가 키운 프리랜서 시장

코로나19 확산은 파이버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근로자들은 직장에 출근하는 대신 재택근무를 하면서 통근 시간이 줄고, 여유 시간이 늘었다. 일부는 일자리를 잃거나 휴직해 수입이 줄었다. 사회·경제 활동이 줄어든 근로자들은 늘어난 여유 시간에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부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3분기 기준 파이버에 등록한 미국 프리랜서는 전년도 3분기 대비 48% 늘었다. 힐라 클라인(Hila Klein) 파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업들이 프리랜서를 고용하려는 수요가 증가했으며, 재택근무를 하는 정규직 근로자들도 부업으로 프리랜서 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조사전문기관인 센서스와이드(Censuswide)에 따르면, 원격 근로자 103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프리랜서 작업이나 부업을 더욱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업무, 부업을 하는 이유로는 재택근무로 유연성이 생겨서(51%·중복 가능), 시간이 남아서(35%),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26%), 수입이 줄어서(23%) 등으로 다양했다.

IT 기술과 함께 자란 밀레니얼 세대가 점차 사회에 진출하고, 코로나19로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긱워커(임시직이나 독립형 근로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 11월 열린 ‘변화의 선구자들’이라는 포럼 발표문에서 “코로나 이전 긱이코노미가 일자리를 찾는 이들의 ‘최후의 선택지’였다면, 이제는 능력 있는 개인이 앞다퉈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당신 회사의 임원이 ‘긱 워커’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2025년 긱이코노미의 부가가치가 2조7000억달러(약 294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인트 3│전 세계로 사업 확장

파이버는 청소, 이사, 운전, 배달 등 실제로 얼굴을 보면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온라인을 활용해 일한다. 대면 업무가 필요한 다른 긱이코노미 기업과 달리 비대면이기 때문에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기업과 프리랜서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파이버는 다양한 국가에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며 재능 판매자 수를 늘리고 있다. 2020년에만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시장과 멕시코,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지 언어와 현지 통화 결제를 제공하고, 국가별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보안SW 업체 등을 창업하기도 했던 미카 카우프만 파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에 있는 전문적이고 재능 있는 프리랜서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많은 국가에 진출하는 것은 파이버의 핵심 성장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는 프리랜서 시장과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주목받는 국내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과 ‘숨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크몽의 전문가 등록 건수는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다. / 크몽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프리랜서가 일상화한 시대, 우리나라에서도 파이버와 비슷한 IT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 서비스 거래 플랫폼 ‘크몽’, 인테리어와 청소 등 홈 서비스 고수를 찾는 ‘숨고’ 등이다.

크몽은 2012년 설립 당시에는 5000원에 캐리커처 그려주기, 편지 써주기, 아침잠 깨워주기 등 소소한 서비스를 주로 다뤘으나, 현재는 전문성을 갖춘 서비스 비중이 크다. 디자인, 콘텐츠 제작, 마케팅, 통·번역, 비즈니스 컨설팅, 레슨, 운세·상담 등 등록된 서비스만 23만여 종에 이른다. 주로 중소기업이나 창업자들이 크몽을 찾아 서비스를 구매한다. 현재까지 누적 거래액은 1000억원, 누적 투자 유치액은 147억원을 돌파했다.

숨고는 요기요 초대 CEO였던 김로빈씨가 2015년 설립한 전문가 매칭 서비스 플랫폼이다.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요청서를 작성하면 숨어있던 고수들이 상세 견적을 제시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다. 중개자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정보 비대칭은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인기 서비스는 영어 과외, 집 인테리어, 욕실 리모델링 등 지역 기반 대면 서비스가 많다.

등록된 고수만 50만 명 이상으로 웨딩플래너, 헬스 트레이너, 회계사, 가죽공예사, 미용사 등 직종도 다양하다. 고수들은 대부분 영세사업자나 개인으로 과도한 광고, 마케팅 등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가게를 접고 온라인 플랫폼만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 : 이코노미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