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창의성과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1인 전문가 기업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기업도 직접 추진하지 못하던 환경·인권·다양성 관련 업무 등을 이런 1인 기업에 맡기면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마켓 4.0’ 공저자 허마원 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대 예상이다. ‘1인 기업’ ‘프리랜서’는 이미 있던 용어다. 주로 전업으로 하는 개인사업자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재능에 따라 여러 직업을 넘나들며 플랫폼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N잡러, 긱 워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용 절감을 꾀하는 기업,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하는 스타트업 등에서 이들 新직업인과 협업·제휴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크몽은 사업·숨고는 레슨…플랫폼 특화

IT 개발자 단일 계약으로 3억원 수입도

토종 수산물 이커머스 스타트업 ‘얌테이블’은 코로나19 사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재택근무, 개학 연기 등으로 HMR(가정간편식)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방대한 주문·재고 데이터를 관리할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직 스타트업이다 보니 내부에서 인재를 찾거나 실력 있는 개발자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형 전문 IT업체에 맡기기에는 예산이 맞지 않았다.

얌테이블의 구세주로 떠오른 것은 재능 플랫폼이다. 크몽, 숨고 등을 통해 IT 개발자를 찾았다. 여러 전문가에게 견적을 받은 후 그중 한 사람을 골라 일을 맡겨봤더니 훨씬 적은 비용으로 원했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고. 여세를 몰아 IR(기업 소개) PPT 자료를 만들 때 재능 플랫폼에서 또 다른 PPT 전문가를 구해 자문했다. 회사소개서는 일목요연하게 다듬어졌고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얌테이블이 GS홈쇼핑, HB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비결 중 하나다. 얌테이블은 이런 업무 효율화를 통해 지난해 12월 월 매출액 40억원을 달성하고, 올해는 연 매출 60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김양환 얌테이블 CSO는 “외주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가성비, 스피드를 따질 수밖에 없는데 유능한 전문가가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고 이들을 플랫폼을 통해 어렵지 않게 단기간 섭외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능·전문기술 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일자리 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각 사 홈페이지 캡처>

일자리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변화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자율출퇴근제, 비대면 업무가 확산되면서 ‘일’의 정의나 개념 자체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추세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예상한 ‘프리에이전트’ 시대가 현실이 됐음을 방증한다. 프리에이전트란 거대한 조직에서 벗어나 장소·시간 등 원하는 조건으로 일하는 직업인을 뜻한다. 그동안은 번역가, 통역사, 독립PD, 방송작가, 컨설턴트 등 특정 영역 전문가 혹은 특정 자격증·학위 취득자 정도가 여기에 해당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마케팅·소통 전문가, 경영코치 등 점차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2015년 세계은행은 온라인을 통한 아웃소싱 시장 규모가 2013년 19억달러에서 2020년 150억~250억달러까지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아웃소싱이 늘어나는 만큼 직업군·분야가 다양해지고 건별 거래액도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에 더해 신(新)직업인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른바 전문기술·노하우·재능 거래 플랫폼이 등장한 덕분이다.

노동 환경이 유연한 미국에서는 이를 진화한 형태의 ‘긱 이코노미’로 규정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의 인기가 높아지자 즉흥적으로 단기적인 공연 팀(gig)들이 생겨난 데서 유래한 긱 이코노미는 최근 관련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아예 하나의 산업군으로 분류돼 향후 산업 전망치를 내놓는 등 관련 시장 연구가 한창이다. 마스터카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2018년 2040억달러에서 2023년 4552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성격의 재능·전문 노하우 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을 키우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크몽·탈잉·숨고·클래스101 등 플랫폼 업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올해 2~4월 MAU(월간순이용자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에서 많게는 10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거래금액도 증가세다. 피아노 레슨 등 단순 재능 거래는 1만원대에서 10만원대 단위로 거래되고 있지만 IT 앱 개발 같은 전문 영역으로 넘어가면 건당 3억원 이상(크몽) 거래가 성사된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더불어 각 플랫폼마다 뚜렷한 개성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크몽은 비즈니스 전문 노하우를 거래한다면 숨고는 레슨·인테리어 등 홈 서비스, 클래스101은 영상 노하우 강연 거래와 같은 식이다.

▶수입·고용 불안정 상황은 스트레스

다만 이런 세태도 부작용은 예상된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기업 입장에서도 인재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정 비용은 낮추고 필요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해 위험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직원 입장에서는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근무 태만, 생산성 둔화 등의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세심한 인사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긱 워커 입장도 편치만은 않다. 재능 거래 플랫폼 재능아지트에서 프리랜서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그 시사점이 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34%), ‘일감이 줄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28%)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터뷰 | 박현호 크몽 대표
직장 다니며 노하우 판매…하이브리드 전문가 뜬다

Q.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점은.

A 재택근무를 시행해보면서 기업과 직장인 모두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각 분야 프리랜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데 부담을 덜 느끼는 분위기다. 정부 기관도 최근에는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실력 있는 마케터, 디자이너 등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그들의 재능을 단기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란 인식이 자리 잡는 분위기다. N잡러도 덩달아 늘어나는 중이다. 최근 크몽 내 프리랜서 등록 요청 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정도 급증했다. 연봉 외 추가 수입을 노리는 직장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Q. 주로 어떤 사람이 프리랜서 혹은 N잡러에 도전하나.

A 확실히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상업용 전문 분야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본인의 업무 노하우를 PDF로 만들어 플랫폼에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구글애널리틱스의 코드를 삽입하는 일이나 매크로 프로그램 구성을 기간 내 완료해준다는 식의, 개발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쉬운 일을 업무 외 시간에 해주는 사례도 보인다. 급여 이상을 플랫폼에서 벌어가는 이가 상당히 많아졌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문 노하우 거래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전문가가 70% 정도다.

Q. 앞으로 이런 일자리 변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나.

A 그렇다. 다만 전문기술 보유자가 더 유리하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기술이란 단순히 자격증이나 학위가 아니다. 요즘 기업이 요구하는 건 이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해봤는지다. 또 생필품 광고 영상 편집같이 좀 더 세분화한 경력을 중시한다. 크몽은 이런 전문가들이 자기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경력관리·견적서 작성·결제·세금 신고 컨설팅 등 재능·전문 노하우를 상품처럼 규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수호·노승욱·나건웅·김기진·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9호 (2020.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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